만성질환은 단기간 내 치료되는 질환과 달리, 수년 혹은 평생에 걸쳐 관리가 필요한 건강 상태를 의미하며, 치료보다는 조절과 유지가 중심이 되는 임상적 영역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만성 신장질환, 만성 호흡기 질환, 간질환, 골다공증 등이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며, 이들 대부분은 내과 분과에서 주도적으로 진료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의료체계는 내과 분과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강화하여 질환별 고도화된 진단과 치료를 가능케 했지만, 다질환자나 고령 환자에게는 장기별 진료가 오히려 비효율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내과의 대표 분과들이 각각 어떤 만성질환을 진료하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 한계로 작용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또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개선과 협진의 필요성도 함께 분석해 보겠습니다.
내분비내과의 다층적 진료 - 당뇨병과 고지혈증
내분비내과는 만성질환 중 당뇨병, 고지혈증, 갑상선 질환, 골다공증 등을 중심으로 진료합니다. 당뇨병은 혈당 수치 관리 외에도 당화혈색소, 인슐린 저항성, 신장 기능, 망막 손상 여부, 말초신경 증상 등을 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표적 다요인 질환이며, 내분비내과는 이러한 다양한 요소를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합니다. 고지혈증은 LDL 콜레스테롤을 중심으로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를 분석하고, 스타틴,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등 다양한 약제를 조합해 치료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의 성공 여부는 단순 수치 조절에 그치지 않으며, 환자의 식습관, 체중 변화, 약물 복용 순응도 등 생활습관 요소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내분비내과 외래는 평균 진료 시간이 짧고, 의료진 1인당 환자 수가 많아 충분한 상담과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식이상담, 운동 처방, 정신건강 중재 등은 타 부서 또는 타과 협진이 요구되며, 환자 스스로 복잡한 건강 정보를 해석하고 실행해야 하는 부담이 생깁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병원에서는 당뇨교육 간호사, 영양사, 운동처방사 등과 연계된 만성질환 교육클리닉을 운영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여전히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증상 악화와 급성기 대응 중심 - 심장내과·호흡기내과
심장내과는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부정맥, 심장판막질환 등 심혈관계 만성질환을 진료하며, 만성적인 약물조절과 함께 응급상황 발생 시 중재시술이 가능한 분과입니다. 환자가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을 호소하는 경우 심장내과는 심전도, 심장초음파, 홀터모니터 검사 등을 통해 리스크 평가를 수행하고, 필요시 심도자술을 통해 관상동맥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성 심부전 환자와 같이 약제 복용이 복잡하고, 체중·수분 섭취량·염분 섭취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자기 관리가 필요한 경우, 진료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지속적인 상담과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호흡기내과 역시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간질성 폐질환, 폐섬유화증 등을 중심으로 장기 관리가 이뤄지며, 폐기능검사, 흉부 CT, 객담배양 등으로 진행 경과를 관찰합니다. COPD 환자의 경우 흡입기 사용법 교육, 금연 지도, 감기 예방접종 관리, 운동능력 평가 등 다양한 관리요소가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진료 공간 내에서 이들 요소가 모두 반영되기 어렵고, 외부 자원을 활용하지 않으면 질병 조절이 미흡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심장·호흡기내과 모두 장기적으로 환자의 삶 속 변화까지 반영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현재의 단일분과 중심 진료는 만성질환자에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신장·소화기·감염내과의 환자군 특성과 치료방식
신장내과는 단백뇨, 혈뇨, 만성신부전, 전해질 이상, 고칼륨 혈증, 요독증, 이식환자 관리 등 신기능 저하와 관련된 질환을 담당합니다. 특히 만성신부전 환자는 매월 수치 변화에 따라 약제, 식이, 수분 섭취량, 이뇨제 용량 조절 등을 반복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투석 전 환자의 생활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조정하는 것이 치료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그러나 진료 외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환자의 식이 순응도나 부작용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투석 전 단계에서 환자 이탈률이 높아지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소화기내과는 간경변, 만성 B형 간염, C형 간염, 지방간, 장염, 궤양성대장염, 위식도역류질환 등 만성 소화기질환을 다루며, 내시경 기반의 진단과 시술 중심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지방간과 같이 당뇨, 비만, 고지혈증과 복합적으로 연결되는 질환은 약물치료보다 운동과 체중감량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이를 적극 지도할 수 있는 진료 시스템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감염내과는 장기 항생제 투여, 면역억제 환자 관리, 재발성 감염 대응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며, 내과 중에서도 가장 높은 입원율을 기록하는 분과입니다. 그러나 퇴원 이후의 지속적인 감염 예방, 예방접종 이행, 가족 간 전파 차단 등은 외래 중심 진료로는 조율이 어려우며, 감염 컨트롤과 상담의 한계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과 분과의 구조적 한계와 협진 필요성
내과 분과는 질환의 장기별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으며, 환자의 특정 장기 문제에 대해 가장 정밀한 진단과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진료 환경에서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이 동시에 존재하거나, 신부전 환자가 심부전 약제를 복용하면서 전해질 이상을 일으키는 등 여러 질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러한 다질환 상태는 하나의 분과 진료만으로는 조정하기 어렵고, 환자 본인의 이해력이나 건강 리터러시가 낮을 경우 치료 계획은 사실상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환자가 3개 이상의 분과에 진료 예약을 받아야 하는 구조에서는 대기시간, 검사 일정 충돌, 약물 중복처방 등의 부작용이 쉽게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의료 자원의 낭비와 치료의 불연속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최근 일부 병원에서는 내과 내 다분과 회진 체계, 만성질환 통합관리클리닉, 다학제 진료 팀 구성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나, 제도적 수가와 인력 구조가 따라주지 않으면 전국적 확산이 어렵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분과 전문성은 유지하되, 이를 연계하고 중재하는 ‘중간 조정형 전문의’ 또는 ‘만성질환 코디네이터’ 개념이 필요하며, 이때 가정의학과, 공공 보건인력, 영양사, 상담간호사 등이 참여하는 통합 시스템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내과 분과는 장기별 정밀 진단과 치료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전문 영역을 구축하고 있지만, 만성질환의 복합성과 생활환경적 요소를 포괄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각 분과의 기능을 연결하고, 환자의 전 생애 건강 흐름을 통합 관리하는 정책적·임상적 보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